솔직히 저는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뉴스에서 접할 때만 해도 "어딘가 먼 나라의 이야기"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직접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야 이 문제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인지 깨달았습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5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총인구는 현재 약 1억 2305만 명으로, 5년 만에 309만 명이 줄었습니다. 이 숫자가 태평양전쟁 당시의 사망자 수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셔터 거리에서 마주한 현실
일반적으로 일본 하면 도쿄의 번화한 거리와 효율적인 시스템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도쿄 도심에 국한된 이야기였습니다.
친척이 살고 있는 일본의 한 지방 소도시를 방문했을 때, 저는 솔직히 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때 활기를 띠었을 상가 거리는 점포 대부분이 철제 셔터를 내린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른바 '셔터 거리(シャッター通り)'였습니다. 셔터 거리란 상권이 무너지며 문을 닫은 가게들의 셔터가 줄지어 늘어선 거리를 의미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미 지방 소도시의 전형적인 풍경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빈집들도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고, 대중교통 배차 간격은 너무 길어서 젊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인구학에서 말하는 인구 공동화(空洞化)와 맞닿아 있습니다. 인구 공동화란 특정 지역에서 젊은 생산 가능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 인구만 남아 지역 사회 기능이 서서히 붕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그 쓸쓸한 거리가 바로 그 결과였던 셈입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전체의 29.4%를 넘어섰습니다(출처: 일본 총무성). 반면 14세 이하 인구는 전체의 11.2%에 불과합니다. 출산을 담당해야 할 젊은 인구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초고령화가 불러오는 연쇄 붕괴
도쿄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얼굴은 젊은이보다 흰머리의 노인분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부분인데, 식당 주방에서, 편의점 계산대에서, 심지어 택시 운전석에서도 7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현역으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본 사람들은 성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돌아와서 통계를 보고 나서야 그게 성실함이 아니라 일할 사람 자체가 없어서 생긴 구조적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인구통계학에서는 이를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감소로 설명합니다. 생산가능인구란 실제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여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핵심 연령층을 의미하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면 세수(稅收) 감소, 사회보험 재정 악화, 경제성장률 둔화가 도미노처럼 이어집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인구 감소가 현재 일본에 미치는 핵심 파급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 공급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산업 운영 난항 (식당, 운수, 의료 분야 등)
- 사회보장비(연금·의료·요양) 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압박 심화
- 지방 소도시 중심의 인구 공동화 가속 및 인프라 유지 한계
- 소비 시장 축소로 인한 내수 경기 장기 침체
특히 합계출산율(TFR, Total Fertility Rate)이라는 지표가 핵심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며, 인구를 현상 유지하려면 최소 2.1 이상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이미 이 수치가 1.2 안팎으로 떨어진 지 오래이며, 한국은 그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출처: 통계청). 제 경험상 일본의 현재 모습은 한국의 10~20년 뒤를 미리 보는 것 같아 더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의 미래, 일본의 선택에서 읽다
일본 정부는 이미 인구를 다시 늘리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포기했습니다. 2024년 출범한 인구전략회의는 2100년까지 인구를 8000만 명 수준에서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인구 증가'가 아니라 '질서 있는 인구 축소 관리'를 국가 목표로 삼은 것입니다. 국가가 성장 대신 관리를 선택했다는 것, 저는 이 사실이 어떤 수치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흐름은 인구 데모그래피(demography)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데모그래피란 인구의 규모, 구조,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를 말하는데, 고령 인구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출생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어떤 단기 정책도 추세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일본 정부가 수십 조 원을 투입한 저출산 대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구조적으로 깊숙이 뿌리 내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미 인구 감소가 장기 전망에서 예고된 상황입니다. 합계출산율이 일본보다 낮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 소도시의 공동화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일본 지방 소도시의 셔터 거리 앞에서 느꼈던 그 묘한 이질감이, 사실은 이미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도 천천히 진행 중인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험은 인구 문제를 '먼 미래의 숫자'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지금이라도 단기 출산 장려 정책을 넘어서, 축소 사회에 맞는 도시 구조 재편과 사회보장 시스템 개혁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봅니다. 한국이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시점의 선택이 결정적일 것입니다.